2008년 2월 26일 오후 5시 30분.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 약 8,000곳이 동시에 문을 닫았습니다. 영업 부진도 자연재해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단 3시간 전 직원 교육을 위해서였습니다. 하루 매출 약 600만 달러를 스스로 포기한 결정. 월스트리트는 이해하지 못했고 언론은 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결정을 내린 사람은 창업자이자 CEO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였습니다. 그가 돌아온 스타벅스는 숫자로는 여전히 거대했지만 정체성은 흐릿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성장이 어떻게 기업의 영혼을 잠식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어떤 용기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성공 후 느리게 다가온 위기
2000년대 초반 스타벅스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매년 수백 개의 매장을 열었고 2007년 전 세계 매장은 1만 5,000개를 넘어섰습니다. 주가는 10년간 5,000퍼센트 상승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 성장 곡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슐츠는 불안을 느꼈습니다. 매장이 늘어날수록 스타벅스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효율을 위해 매장 디자인은 표준화됐고 커피는 기계가 대신 만들었으며 원두는 공장에서 미리 분쇄돼 배송됐습니다. 커피 향 대신 샌드위치 냄새가 매장을 채웠고 바리스타는 장인이 아니라 버튼을 누르는 직원이 되어갔습니다.
스타벅스가 약속했던 제3의 공간은 점점 패스트푸드점에 가까워졌습니다. 고객은 줄었고 동일 매장 매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성공이 만든 위기는 그렇게 조용히 시작됐습니다.
창업자의 귀환, 그리고 잔혹한 진단
2008년 1월 하워드 슐츠가 CEO로 복귀합니다. 그는 책상에 앉아 보고서를 읽는 대신 전국 매장을 직접 돌았습니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원들의 눈빛은 흐릿했고 커피는 평범했으며 매장은 목적 없이 바빴습니다.
슐츠는 경영진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고객을 배신했다고. 성장을 위해 영혼을 팔았다고. 이 진단은 냉정했고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문제를 덮지 않았습니다. 그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거죠
그는 이 상태로는 매장을 아무리 늘려도 소용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 회사가 아니라 경험의 회사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해야 했습니다.
8,000개 매장을 닫다
복귀 한 달 만에 슐츠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립니다. 미국 내 모든 매장을 3시간 동안 닫고 바리스타 재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사회는 반대했습니다. 하루 매출 600만 달러를 포기하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슐츠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만들 수 없다면 매장 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결정은 단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스타벅스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동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17만 명의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 추출의 기본을 다시 배웠습니다. 원두 선택, 물 온도, 추출 시간, 우유 거품까지. 스타벅스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본질로 돌아가는 고통스러운 과정
매장 휴업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슐츠는 스타벅스를 근본부터 재설계했습니다.
첫째, 커피 품질 회복이었습니다. 공장에서 미리 분쇄된 원두를 없애고 매장에서 직접 분쇄하도록 바꿨습니다. 자동화된 에스프레소 머신을 교체하고 바리스타의 수작업 비중을 높였습니다. 커피 향이 다시 매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둘째, 메뉴 단순화였습니다. 불필요하게 늘어난 메뉴를 정리하고 핵심 음료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음식 메뉴를 축소해 커피 경험을 방해하던 요소를 제거했습니다.
셋째, 공간 재정의였습니다. 획일적인 매장 디자인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을 반영했고 조명과 음악, 가구 배치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다시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넷째, 사람에 대한 투자였습니다. 바리스타 교육은 기술을 넘어 철학을 전달하는 과정이 됐고 슐츠는 직접 수백 차례 타운홀 미팅을 열어 직원들과 소통했습니다.
희생 없는 회복은 없었다
정체성 회복에는 희생이 따랐습니다. 스타벅스는 수익성이 낮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600개 매장을 폐쇄했고 1만 2,000명의 직원을 감원했습니다. 신규 출점 계획도 대폭 축소했습니다.
라이선스 사업 역시 재검토했습니다. 수익이 나더라도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하는 계약은 정리했습니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 신뢰를 선택한 결정이었습니다.
본질 위에 올린 혁신
흥미로운 점은 슐츠가 과거로만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본질을 회복하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2008년 말, 스타벅스는 모바일 앱을 출시했습니다. 업계 최초로 주문과 결제 그리고 리워드를 통합한 앱을 말이죠. 이후 로열티 프로그램을 고도화해 고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했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전통과 혁신을 대립시키지 않았습니다. 커피 장인정신이라는 본질 위에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올렸습니다.
숫자는 회복됐고 의미는 더 커졌다
2009년 말부터 실적은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에는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했고 주가는 5년 만에 5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숫자 밖에서 일어났습니다. 스타벅스는 다시 특별한 브랜드가 됐습니다. 고객은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 경험을 즐기러 왔고 바리스타는 다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2024년 스타벅스는 전 세계 3만 5,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로 지켜낸 것은 규모가 아니라 이유였습니다.
스타벅스가 남긴 질문
스타벅스의 위기는 모든 성장 기업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Q. 우리는 무엇을 쫓고 있는가? 매출과 확장인가? 아니면 고객이 우리를 선택한 이유인가?
슐츠의 결단은 때로는 멈추는 것이 가장 빠른 전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체성은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내 사업은 지금 무엇을 잃어가고 있나요? 그리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과감해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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